미용실에서 머리칼을 자르고 한 3주쯤 지나면 나는 갈등한다. 오늘도 욕실 거울 앞에 서서 고개를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돌려가며 머리가 얼마나 자랐는지 살폈다. 3주 동안 길어봤자 고작 1센치 자란 것일텐데도, 나는 이게 엄청 신경쓰인다. 옆머리가 빨리 자라는 것 같다. 미세한 차이로 내 머리가 한없이 지저분하다고 느낀다.
어제 아내에게 물었다. "나 머리 잘라야 할 거 같아?" "내가 말해줘도 잘라야 한다고 생각할 거잖아."라고 아내는 퉁명스럽게 말한다. 조금 길어 보이긴 한데, 한 주일 참고 자르기로 했다.
마음은 간사하다. 토요일 아침에는 다음주로 넘겨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일요일 오후에는 지저분해 보이고 다시 자르고 싶다. 그러나 오늘 미용실은 쉰다. 웃긴 건 이런 고민을 매달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둑해지는 저역, 아내가 흰 머리를 잘라 주겠다고 했다. 나를 앉힌 뒤 흰머리를 가위로 잘랐다. 흰 머리가 너무 많다는 말을 내내 곁들이면서.
"당신 나중에 흰 머리 늘어나면 염색할거야? 아님 자를거야?"라고 아내가 묻는다.
"몰라. 생각 안 해 봤어."
솔직히 아직은 모르겠다. 옆머리나 흰머리나 다 별로다. 둘 중에 옆머리가 더 신경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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