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편린이다. 초등학교 때 한 선생님이 계셨다. 3학년 담임으로 키가 훤칠한 남자 선생님이셨다. 이 분은 학생 앞에서 싫은 내색을 종종 드러내는 분이었다. 어린 내 눈에도 그런 행동이 읽혔다. 특히 엄마가 왔다간 아이들에게 잘 해 줬던 걸로 기억한다. 거꾸로 부모님이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에게는 차갑게 대하곤 했다. 나는 후자였다. 그래서인지 왠지 주눅 들기도 하면서 기분이 나빴다. 아! 이런 게 차별이구나. 말뜻은 몰랐겠지만 이런 감정은 오래도록 남았다. 차별만을 가르쳐 주시고는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시지 않은 선생님. 아쉽도다. 그마저 가르쳐주셨으면 오래도록 아름답게 기억에 남았을 것을.
책 <푸른 눈, 갈색 눈 : 세상을 놀라게 한 차별수업 이야기 / 윌림엄 피터스 지음 / 한겨레출판>은 차별에 관한 책이다. 아이오와 주 라이스빌에 사는 초등학교 교사 제인 엘리어트는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살해되자 자신이 가르치는 3학년 반 아이를 대상으로 차별수업을 진행했다. 제인 엘리어트는 학생을 푸른 눈과 갈색 눈을 가진 두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갈색 눈을 가진 아이가 푸른 눈을 가진 사람보다 낫다고 주입시키고 하루 동안 행동을 관찰했다. 다음 날은 입장을 바꿔 실험했다. 아이들은 “기분이 더러웠다.”, “몹시 역겨웠다.”, “내가 작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울고 싶었다.”, “낙오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와 같은 부정적이고 불쾌한 반응을 토해냈다. 차별을 몸소 경험해 본 것이다. 이 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인종에 대한 차별의식을 경계하고, 커서도 차별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놀라운 변화다.
실제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존재한다. 국적이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정치적 입장이 다르고, 성이 다르고, 사회적 지위가 달라 겪는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사회도 어느새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가 늘어 100만 이민자 시대가 되었고, 북한이탈주민도 3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양극화가 점차 심화돼 범죄가 늘고 있다. 그럴수록 차별을 없애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이 책을 보면 차별은 교육으로 다스려질 수 있다. 우리 교육에도 이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수업은 분명 있겠지만 제도적으로 더욱 확산되면 좋겠다. 결국 차별을 없애는 일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고, 비폭력과 평화를 만드는 일이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대우하고 대우받는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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