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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세상

환갑 맞은 봉사 - 청주부녀적십자봉사회

얼마 전 국무총리공관을 다녀왔습니다. 2010년도 자랑스러운 적십자봉사회 시상식이 그곳에서 있었습니다.

 

충북에서는 청주부녀봉사회가 밀알상 수상자로 선정돼 봉사원 세 분과 함께 이른 아침부터 서울길에 올랐습니다. 봉사원 얼굴에는 수상의 기쁨과 총리공관을 가 본다는 설렘이 어우러졌습니다. 평소 입고 다니던 봉사원 조끼 대신 오늘은 말쑥한 정장차림을 하였습니다.

 

 청주부녀봉사회는 충북 적십자 봉사활동의 산 역사입니다. 1949년 9월 29일 충북적십자가 창립하던 날 이곳 청주에서 부녀자들이 중심이 돼 결성되었고, 현재 23명의 봉사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누적봉사시간이 체계적으로 관리된 이래 60,000여 시간의 봉사활동을 전개했습니다. 현 봉사원 수 기준 일인당 3,000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셈입니다.

 

 봉사회가 나이로는 환갑을 맞이하였는데, 한 봉사회가 꾸준히 이어져 내려온다는 건 놀랍고도 축복받을 일입니다. 긴 역사에서 말해주듯 봉사원의 면면을 보면 어머니, 할머니 뻘입니다. 다들 연세가 환갑을 넘었고, 50대가 막내 축에 속하는 그런 봉사회입니다. 현재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초창기 활동하신 분들에 비하면 아주 정정하고 팔팔한(?) 나이시지요.

 

 청주부녀봉사회는 아름다운 봉사를 참 많이 했습니다. 재난이 터질 때마다 이재민을 위해 급식을 하고 구호품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요, 노후가정 주거개선사업, 김장봉사, 연탄나눔, 병원 중환자실 도우미, 북한이탈주민 정착도우미까지 쉼 없이 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

 

 몇 해 전 저는 청주부녀봉사회의 봉사활동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청주부녀봉사회는 1980년대 말부터 청주에 소재한 미평중고등학교(소년원)을 매월 방문했습니다.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을 수용하여 교정교육을 하는 소년원에 매월 셋째주 월요일에 정성스레 차린 음식을 가지고 아이들을 찾았습니다.

 

 범죄를 접하게 되는 아이들이 자란 환경이란 열악하고 아이들 부모도 형편이 여의치 않아 대부분 면회조차 오기 어려운 처지였다 합니다. 이를 알게 된 봉사원들이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어 실의에 찬 아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처음에는 운동장 가득 까까머리 아이들로 가득했다 합니다. 인원이 점점 줄고 마침내 대전에 있는 소년원과 시설통합이 되어 본의 아니게 마지막 봉사활동을 하던 2007년의 뜨거운 여름 날. 눈물에 젖어 봉사원들이 그간의 세월을 회고하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이제 젊은 총각 선생님은 반백의 교장선생님이 되셨고 기운찬 부녀자이던 봉사원들은 할머니가 되어 만났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한 봉사원으로부터 웃지 못 할(?)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자랄 무렵에 봉사활동 마치고 어둑한 밤에 집에 돌아갔을 때, 봉사만 하러 다닌닥 못마땅히 여기던 남편이 대문을 열어주지 않아 밖에서 밤을 보낸 적이 있다는 봉사원님. 이제는 남편이 봉사하러 가면 차로 태워주고 끝나면 데리러 오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그리곤 '이것저것 따지면 봉사 못한다'는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내려오는 버스에서 한 봉사원분은 내일 있을 어르신 국수봉사를 위해 집에 돌아가자마자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쯤하면 봉사는 생활이고, 생활이 봉사입니다.

 

 61년 세월 동안 선배의 전통을 이어주고 오늘도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계신 청주부녀봉사회 회원들. 앞으로도 건강하셔서 지역사회 등불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함께 참석해서 흐뭇하고 행복한 시상식이었습니다.

 

<2010년 8월호 적십자 소식지에 게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