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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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은 몰라도 악필은 아니겠군통통이와 함께하는 세상 2020. 9. 6. 19:32
"상~가 토~지" 차 뒷자리에 앉아 있던 딸아이가 아파트 부동산 간판에 적힌 글씨를 하나씩 읽었다. 그걸 보면서 한글을 뗄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한다. 막 터진 꽃봉오리처럼 아이의 언어도 마구 트이는 중이다. 지켜보니 아이는 한글 읽기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쓰기도 재미있어했다. 계속 무언가를 쓰고 그리려고 하길래 아이에게 빈 노트를 하나 줬다. 얼마 지나니 새로운 노트를 하나 더 달라고 해서 또 줬다. (그렇다고 노트를 다 쓴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나씩 줬더니 내가 가지고 있던 노트가 바닥났다. 하루는 아이가 방에 오더니 "아빠 나 이 수첩 가지면 안 돼?" 하는 것이 아닌가. 본인 딴에는 아빠가 쓰는 다이어리가 크기도 아담해서 예뻐 보였나 보다. 웬만하면 주겠는데 이건 아빠의 메모장이고 계속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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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과 섹스폰번역, 1만시간의 노력/우리말, 하루 한 입 2012. 2. 29. 11:00
아침신문에 딸려 온 전단지를 보다가 뜨악했다. 그리고 배꼽잡고 웃었다. 집 가까이 있는 모 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육생 모집요강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1. 일반교육과정 색소폰 / 강의시간 수요일 19:00 ~ 21:00 / 섹스폰의 기초부터 철저한 개별지도방식의 교육을 통하여 취미로 여가활용을 할 수 있도록 학습함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 색소폰을 섹소폰으로 간혹 잘못 쓰는 경우는 봤지만, 여기에서는 섹스폰으로 적었다. 건전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야릇하고 무흣한(?) 느낌으로 전달되는 순간이다.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보기에 몹시 민망하다. 강좌는 대박날 지 모르겠지만. 2. 특별과정 어린이영어캠프 / 강의시간 하계, 동계방학중 / 초중증 학생들에게 원어민 영어수업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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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와 밀차일상다반사 2012. 2. 15. 19:47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사랑방에 들어갔다가 북한이주민 한 여성을 만났다. 아래를 내려보며 종이컵을 놓고 커피믹스를 흔드는 데 이 여성이 나에게 "저건 왜 모읍니까?"라고 궁금한 지 물었다. 뭔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커피믹스 10만개를 모으면 휠체어를 한 대 준다는 글귀가 보였다. 까닭을 설명해 줬더니 이해하는 눈치인데, 언제 저걸 모으냐며 피식 웃는다. 나도 궁금하다. 언제 저걸 모아서 세게 될런지가. 순간 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휠체어가 뭔지 알아요? 북한에서도 휠체어라는 말을 쓰나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여성이 "뜻은 알죠. 휠차라고도 하고 밀차라고도 쓰는데 밀차라고 많이 하죠."라고 답했다. 밀차라. 은근 괜찮은 우리 말이구나 싶다. 마치 밀차가 남의 나라 말이고, 휠체어가 우리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