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과 책은 부조화다. 더운데 책이 읽힐리가 없지 않나. 그럼에도 나는 어제오늘 지독하게 읽고 있다. 어제는 처음부터 완독을, 오늘은 7월 한달 내내 질질 끌던 책을 마무리했다.
책 제목은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음이라는 주제가 내게는 다소 매력적이다. 영풍문고에서 서서 한 챕터 읽다가 집어든 책.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60세 이전에는 산 사람을 위해서 일하고, 60세 이후에는 죽은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건 어떨까라고. 뭐라고 명쾌하게 토해내긴 어렵지만... 막연히 휘발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정말 인간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이 떠난 자리를 정리해주는 일은 때론 섬찟할수도, 고될수도, 연민을 느낄수도, 환멸을 느낄수도, 오만가지 잡상이 다 들 수도 있겠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몸이 안 좋아 애를 먹고 있다. 연초 허리 디스크가 찢어져 한동안 조심하며 지냈다. 사무실에서도 오래 앉아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집에서도 가급적 무리한 운동을 삼가하고, 왠만하면 방바닥에 등을 댄 채 누워 살았다. 그런데 요즘들어 좀 살만해 진걸까.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휴식하는 텀은 짧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럼 안 돼는데. 요며칠 오른쪽 허리가 묵직하고, 오른 다리가 살짝 저리기 시작한다. 내 손은 연신 오른다리를 두드리고 있다. 또 조심모드로 가자.
이도 말썽이다. 잇몸이 안 좋아 신경치료하고 이를 씌웠는데 불과 몇 달만에 다시 아픈 조짐을 보인다. 참고 견디는 걸 내가 잘한다곤 하지만, 이젠 그랬다간 몸만 작살날 것 같아서 곧바로 치과에 갔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순한 진통제를 이틀째 먹고 있다. 항생효과겠지. 다음주에 또 잇몸치료하러 간다. 술도 못 먹고. 이게 뭐야. 빨랑 치료 끝내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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