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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거북이

아무 날도 아닌 날 - 최고운 지음 한 여름에는 술과 거리를 두는 게 맞다. 그런데 그제께부터 청담집 모둠전이 먹고 싶었다. 퇴근직전 아내에게 전화해 물어보고 먹기로 했다. 아내가 청담집에 주문하고 나는 포장을 찾으러 갔다. 계산과 배달은 나의 몫. 아파트 슈퍼에서 막거리 작은 병 하나 사서 우리 세 가족 식탁에 마주 앉아 즐겁게 먹었다. 아내에게 막걸리 두 잔 주고, 나머지는 내가 모두 마셨다. 자고 일어났는데 몸은 비실비실하다. 술 먹은 여파다. 어느새 40대 중반. 20대에는 한달 내내 술을 먹기도 했는데, 30대에는 술을 마시고 다음날 지친 육신으로 일하다가도 퇴근 무렵이면 다시 살아나 술을 마시곤 하였는데, 40대에는 한 번의 술자리 후에는 며칠간의 휴지기를 꼭 가져야 할 상황이 되었다. 술 먹는 강도도 빈도도 줄었건만 몸이 보내.. 더보기
매일 아침 써봤니? / 김민식 지음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결심이 사흘을 지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말이 왜 나왔겠는가? 그만큼 계획대로 실천되지 않기 때문이지. 독한(?) 인간이 있다. 계획대로 사는 인간이다. 계획을 이행하는 인간이다. 부자든, 학자든, 자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자기만의 루틴이 있고, 다른 일보다 우선으로 그걸 지킨다. 여기 7년째 매일같이 블로그에 글을 쓴 사람이 있다. MBC 드라마 PD이자, SF 마니아 겸 번역자이자, 독서광 겸 작가이신 김민식 PD님. 올해 5월 청주 길동무도서관에서 준비한 김민식 PD님 강연을 직접 들었다. 강의도 재밌게 잘 하시더라. 나도 뒷줄에 서서 끝까지 즐겁게 들었다. 이 책은 쉽게 읽힌다. 핵심이 간단명료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강조되고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 더보기
장일순 평전 / 김삼웅 지음 이 책을 꽤 오래 잡고 있다. 계속 보는 건 아니다. 처음 도서관에서 신간으로 들어온 이 책을 발견했다. 곧장 책을 빌려와다 읽었다. 그리고 다른 책들과 함께 반납하던 날, 그 자리에서 이 책을 다시 빌려 왔다. 다행히 이 책이 예약되지 않아서 가능했다. 장일순 선생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내가 어디에 소속되어서도 아니고, 내가 어떤 사상에 끌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뭘 알아서도 아니다. 그냥 책을 읽다가 떠오른 호기심. 무위당이라는 당호가 멋져서. 한살림이라는 협동조합의 문을 여신 분에 대한 궁금증 등등. 책은 다 읽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생각은 잘 정리되지 않는다. 훌륭한 발자취를 몰라서가 아니라 그냥 뭐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그런 느낌. 선한 영향력, 아름다운 삶이란 말이 자꾸 생각날 뿐이다. 더보기
세상에서 제일 쉬운 그림 그리기 / 원아영 지음 그림그리기는 어렵다. 수학을 포기한 자를 수포자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미술을 포기했던 미포자(?). 경향신문을 구독하는 우리 집. 지난 6월 토요판에서 원아영 선생의 강의 기사를 봤다. 눈이 고정됐다. 이거 재밌겠는데. 동그라미, 세모, 네모만 알아도 그림이 된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기사 아래 그림 두 개가 예시로 나왔다. 그래서 아이의 스케치북을 꺼내 따라 그려 봤다. 놀라운 건 따라해 봤더니 나름 그림이 되더라는 사실. 감탄. 그리고 자기 만족. 그림 그리는 아빠를 곁에서 보던 아이는 아빠가 그린 사자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자기도 그려 보겠다고, 자기는 암사자를 그리겠다고 스케치북을 뺐어 갔다. 그후 우리는 그림 그리며 놀고 있다. 가급적 그림 그리면서 이야기를 연결지으며 하고 있다. .. 더보기
서민적 글쓰기 / 서민 지음 서민 교수가 쓴 이 책의 부제는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이다. 과연 글쓰기는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지난 5월의 어느날. MBC 김민식 PD의 강연을 청주 길동무도서관에서 들었다. 김민식 PD의 글과 영상은 세바시와 블로그, 페이스북, 기사를 통해 봐 왔었다. 삶을 긍정적으로, 유쾌하게 바라보시는 분. 김민식 PD도 힘들때 글을 쓰면서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당연 글을 잘 쓰고 싶어한다. 나도 물론 글을 잘 쓰고 싶다. 하지만 기술의 문제를 넘어 내가 더 궁금한 것은 글을 쓰면 과연 내 삶을 바꿀수 있는 가이다. 그런데 근래들어 이 말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글을 조금씩 자주 쓰려 하.. 더보기
검사내전 / 김웅 지음 이거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인가? 대박 서평에 써 먹을라고 책 이미지를 찾는데 JTBC 드라마 방송예정이라고 나온다. 역시 방송은 냄새를 잘 맡는다. 될 것 같다는 판단을 일찍히 세웠겠지. 특히 법조인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는 대부분 재밌다는 평이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내 아내도 "재밌다던데~"라고 하였으니깐. 나도 재밌게 읽었다. 비유가 넘쳐 났지만, 그것 또한 작가의 개성으로 나는 봤다. 물론 다 읽었다고 말할 순 없다. 읽다보니 중간에 고비도 있었고, 뒷부분은 과감히 패스했으니깐.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고, 그 직업마다 수많은 종사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그 종사자 중에는 직업내의 담벼락을 넘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글쟁이의 욕구가 충만한 부류가 있다는 것이다. 검사쪽에서는 김웅 검.. 더보기
어차피 살 거라면,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 이근후(이화여대 명예교수) 지음 백살 인생이다. 인생이 참 길다. 우리 할머님도 작년에 백살로 돌아가셨는데. 내 인생 백살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인생이 외롭게도 무섭게도 새롭게도 느껴진다. ‘노년은 젊은 날의 추억으로 사는거다.’라는 스승님의 말씀을 30대 초반에 들었는데 어느덧 내가 40대 중반에 다가와 있다. 이근후 선생님도 비슷한 말씀이시다. 행복은 차곡차곡 적금 넣듯 쌓아가야 하나 보다. 요즘 나는 행복하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보다 아내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까이 있어 티격태격하고, 옹졸하게 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내 삶의 행복이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걸 나는 몸소 느끼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자연스레 광대가 승천한다. 아이를 쳐다보자마자 아빠미소로 바뀌고, 아이의 꺄르르 웃.. 더보기
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 권오현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으로,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용어. 2017년 한국의 노동시간은 2024시간으로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에 이어 3위. 대한민국 직장인은 일을 많이 한다. 내 노동시간은 어떤가. 이 시간을 넘는다. 워라밸을 누군들 마다하랴. 그런데 한편으로는 적당히 일하면서 초일류, 초격차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지만 시가총액 283조로 상장사 1위 기업이다. 2018년 3분기 잠정실적이 무려 17조5000억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초일류기업. 201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사업부문장에 올라 삼성전자라는 거함을 지휘했고, 2017년 11월 삼성전자의 .. 더보기
탁월한 사유의 시선 사진 출처 : 다음북 철학책은 어렵다.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씌여졌다 하더라도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철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더라도 끝까지 완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글을 끝까지 읽었으나 문장의 의미를 헤아리지 못하기도 한다. 건명원 원장 최진석의 을 읽었다. 철학적 주제를 딱 내 눈높이에 맞춰 쓴 책이라고 평가한다. 내용은 더 좋다. 철학적 시선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철학자의 사상이 부정(否定)-선도(先導)-독립(獨立)-진인(眞人)의 체계 속에서 잘 정리되어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가치들을 모방함으로써 선진국의 뒷열, 개발국의 앞열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류제품을 만드는 세계 최고기업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부정부패, 정경유착, 갑질 등 후진적 문화가 남아 있.. 더보기
정관정요 권 10 순시는 필요하다. 순시 그 자체가 경영이다. 그러나 한 번의 순시를 위해 거금을 들여 궁을 짓고 새단장을 하는 것은 사치요 낭비다. 37편은 이를 경계하고 있다. 사냥은 재미있다. 사냥에 빠지면 정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간언하는 방법도 언급했다. 일반 신하들이 군주에게 간언할 때는 반드시 반복하여 절차탁마하고 넌지시 간언하라고 알려준다. 떠올려 보면 맞는 말이다. 모르쇠로 일관하면 일을 그르치고, 솔직하면 역린을 건드려 화를 입을 수 있다. 적당함을 갖추라는 뜻으로 들린다. 재난은 고통을 안겨준다. 평화로움은 풍요다. 재난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은 상서로움이다. 왕은 마치 재난을 자신의 부덕함으로 받아들이며 교만과 독선을 제어한다. 마지막 40편에서는 신중한 끝맺음을 이야기한다. 10가지 덕목은 치세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