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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갑-갑한 관계 논술 주제 하나를 놓고 어제부터 고민을 했다. 논술 주제는 조직의 독립과 자율성에 관한 문제인데, 무슨 말로 문을 열어야 할 지 머리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시작부분만 나오면 뒷 부분은 술술 풀릴 것만 같았다. 그러다 번뜩 생각이 떠올랐다. 시작은 이렇게 써야지. "모든 관계는 갑과 을이다." 모든 관계를 주도하는 자와 보조하는 자. 받는 자와 주는 자의 관계로 풀어보자. 음..짧으면서도 은근 강렬하네. 아내에게 내가 고민하던 문제를 풀었다고 말하며 시작은 "모든 관계는 갑과 을이다"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듣던 아내가 딴 얘기를 묻는다. "그럼 우리 사이는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야?" 훔..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야 "우리는 당연히 둘 다 갑이지."라고 했다. ㅎㅎㅎ 우리는 갑-갑한 관계가 되.. 더보기
화초, 꽃을 피우다 화초는 정직하다. 물말라 시들하다가도 물을 뿌려주고 기다리면 다시 생기를 얻는다. 그걸 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흐뭇해진다. 일년 전 지금 집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화초를 몇 개 샀다. 휑한 집안을 메우고, 메마른 감성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아는 사람이 꽃가게를 운영해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화초를 가꾸는 일은 내 몫이 되었다. 그렇다고 크게 하는 것 하나도 없었다. 주중에는 방치하다가 출근하지 않는 주말이 되면 베란다에다 화초를 모조리 옮겨다 놓는다. 물을 흠뻑 뿌려주고 한낮 햇볓을 쬘 시간을 줬다가 저녁에 마루로 옮겨다 놓는 게 나의 소일이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조그맣던 녀석들이 한 해가 지나고 나니 꽤나 자랐다. 키도 자라고, 잎도 무성해졌다. 겨울을 참고 이.. 더보기
옥천군 오대리마을을 가다 옥천군 오대리마을을 가다. 옥천신문에서 주최한 여울길 걷기에 참여했다. 이번 길은 옥천구읍에서 출발해 수북리에서 배를 타고 물건너마을 '오대리'에 들어가 산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배를 타고 나오는 길이었다. 이제껏 사람들에게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길이라는 이야기에 더욱 솔깃했다. 언제 또 와 보겠는가.. 첫 집결지는 옥천향교였다. 지방교육을 담당했던 학교 앞에서 옥천신문 이안재 대표님의 하마비 설명을 들었다. 하마비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타고 가던 말에서 내리라는 뜻을 새긴 재미난 석비인데 난 설명을 들으면서 머리속으론 '하마평'을 떠올렸다. 하마(下馬)라는 말이 들어간 똑같이 들어가서 그랬던 것 같다. 명륜당. 옥천향교로 들어가는 입구. 향교에서 유학을 가르치던 교실이다. 우루루 공부하러 들어.. 더보기
건축학개론을 보다  별로 안 땡겼는데, 아내의 권유로 봤다. 원래 이런 영화 내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보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대학에 간 때가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시기와 맞아서 그런지 음악, 의상, 가방, 헤어스타일 그런 요소들이 낯설지가 않았다. 나도 저러고 다녔으니깐. 주인공 남자와 여자는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만났다. 영화감독이 건축학과 출신이라 건축학개론을 배경삼았지만, 나는 대학 다닐 때 정말 건축학 쪽으로는 관심도 없었지.. 경영대 생이었지만 사회학이랑 철학이랑 경제학 수업은 들으러 갔었지만.. 영화에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두번 크게 흘러 나왔다. 이 노래도 참 좋아했었지. 그러나 이 앨범에서 전람회와 신해철이 함께 부른 '세상의 문 앞에서'를 더 좋아했다. 세상에 나가고 싶은 열망이.. 더보기
초등학생에게 백금샤프라니.. 다는 아니겠지만, 이 나라에서 가장 잘 산다는 부자동네 강남에선 부모들이 초등학생 자녀에게 백금으로 된 50만원 짜리 독일샤프를 사 주기도 한다네. 아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이겠지만 이건 지나치다 싶다. 50만원 짜리 샤프는 그 보다 비싼 필통에 넣을 테고, 그 보다 비싼 가방에 담아서 들고 다니겠지. 어린시절 우리 아버지는 학교 다니는 날 위해 뭘 해주셨던가 떠올린다. 나 학교 들어가고 졸업할 때까지 달력을 칼로 오려서 교과서 덮개를 만들고 제목을 써 주셨지. 검정색 도루코 접는 칼로 신문지를 깔고 연필을 직접 깍아서 필통을 가득 채워 주셨지. 연필을 많이 쓰다보니 자연스레 글씨도 반듯하고 지금도 남에게 칭찬들을만큼 잘 쓰게 되었지. 중학교 들어갈 때는 누런 갱지에다가 A부터 .. 더보기
휠체어와 밀차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사랑방에 들어갔다가 북한이주민 한 여성을 만났다. 아래를 내려보며 종이컵을 놓고 커피믹스를 흔드는 데 이 여성이 나에게 "저건 왜 모읍니까?"라고 궁금한 지 물었다. 뭔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커피믹스 10만개를 모으면 휠체어를 한 대 준다는 글귀가 보였다. 까닭을 설명해 줬더니 이해하는 눈치인데, 언제 저걸 모으냐며 피식 웃는다. 나도 궁금하다. 언제 저걸 모아서 세게 될런지가. 순간 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휠체어가 뭔지 알아요? 북한에서도 휠체어라는 말을 쓰나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여성이 "뜻은 알죠. 휠차라고도 하고 밀차라고도 쓰는데 밀차라고 많이 하죠."라고 답했다. 밀차라. 은근 괜찮은 우리 말이구나 싶다. 마치 밀차가 남의 나라 말이고, 휠체어가 우리 나라.. 더보기
아날로그 티브이, 화면이 반 자막이 반 휴일 낮. 티브이를 보다가 울화가 터졌다. 우리 집 텔레비전은 결혼할 때 혼수로 샀던 아날로그 제품. 여전히 잘 나오고 보는 데 문제없다. 모처럼 주말이라 티브이(TV)를 틀었더니 화면 반 만하게 자막을 만들어 내 보내네.. 친절하게 안내해 줘서 고맙긴 한데 잠시 올렸다가 내린다면 몰라도 수십분 씩 올려놔 화면을 가리고 시청권을 방해해도 되는거야?? 문의하라는 전화번호를 눌렀으나 전화는 받지도 않고. 라디오도 아니고 텔레비전은 보는 거잖아. 이왕 해야 한다면 잠깐 올렸다 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중파에서 TV는 또 뭔가. 티브이라든지 텔레비전이라고 우리 말 사전에 버젓이 나와 있는데.. 더보기
희한한 하루  잠들기 전 책상에 앉아 어떻게 하면 회원을 많이 늘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깊게 고민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불꺼진 어둠에 빠져들지 못하고 멀뚱히 천장을 응시하며 일 생각을 했다. 이런 날이면 꼭 새벽에 잠이 깬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상황이 조금 희한했다. 나는 일년에 꿈을 다섯 번도 꾸지 않는다. 365일 중 360일은 그냥 자는 날이고, 5일은 꿈꾸는 날이다. 꿈을 꾸었어도 꾸었다는 기억만 있지 개꿈인 경우가 많다. 늘 생각하며 산다고 여기는데 나의 무의식은 별로 그렇지 않은가보다. 오늘은 나의 꿈에 모처럼 청순한 여인이 등장했다. 영화 에 등장하는 전지현처럼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고 미백 복숭아처럼 뽀얀 얼굴빛을 한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걸어가는 내 팔에 팔짱을 꼈다. 그 순간.. 더보기
1월을 보내며 흑룡의 해도 어느덧 1개월이 지났다. 지난 한 달 난 어떻게 보냈을까? 새해 결심한 약속을 난 잘 이행하고 있나? 난 올해에 접어들면서 절주를 선언했다. 금주에 도전했지만 본의 아니게 마셔야 할 자리도 있어서 힘들겠지만 어찌 되었건 몸에서 알콜을 비우고 몸을 만들기로 했다. 한 달동안 마신 알콜의 양은? 소주 1병 정도. 평달에 내가 먹던 횟수와 주량을 비교한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2월까지 이 약속은 쭉 계속된다. 스마트한 사람이나 쓰는 거라고 치부하던 스마트폰을 샀다. 2년 넘게 사용하던 효도폰을 1월 31일 아이폰4s로 바꿨다. 영어공부 때문에 어쩔수 없이 취한 조치였지만, 인터넷 기사를 얄팍하게 뒤적이는 짓은 가급적 줄이고 나에게 맞게 최대한 쓰는 데 노력하겠다. 그 밖에 소소한 몇.. 더보기
핸드폰 바꾸기 스마트폰이 대세다. 우리 부서에서도 스마트폰 안 쓰는 사람은 나랑 50대 운전직 샘뿐.. 스마트폰은 스마트한 놈들이나 하는 거라고 대꾸하고 말았었는데 이제는 해야겠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빼먹고 있는 굿모닝팝스를 다시 듣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바꿀거다. 그런데..어느 통신사로 하지.. 어제는 핸드폰 가게를 두 군데나 가서 설명을 들었다. 뭉치면 싸게 해준다는 설명에 혹해 가입신청서까지 미리 다 써 두고 왔는데 오늘 계산해보니 위약금까지 따져 손해라 다시 원점부터.. 으..복잡해..복잡해..핸드폰 하나 바꾸는 게 뭐이리 갈등이 되는지..이번 주에는 마무리짓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