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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거북이

욕망해도 괜찮아 몇 년 전, 서점에서 김두식 교수의 앞부분을 읽는 데 매우 재밌었다. 그 날은 서둘러 서점을 나와야 해서 나중에 책을 사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쇠뿔도 단김에 빼야지 미뤄둔 일은 성사되는 법이 없다. 결국 책은 사지 못했지만, 저자의 이름만은 내 기억속에 남았다. 다른 책이지만, 오늘 드디어 김두식 교수가 쓴 최신작 를 읽었다. 이 책은 김두식 교수의 자기 욕망 고백기다. 규범 안에서 모범생으로 평생을 살아온 저자가 한번도 드러내 놓지 못한 욕망을 솔직하게 풀었다. 저 역시 욕망의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통제하는 문화 속에서 평생을 보냈습니다. 욕망을 잘 통제하는 사람만이 성공적인 학교, 직장, 가정, 종교 생활을 영위하는 게 우리 사회입니다. 성공의 사다리를 오른다는 것은 남의 눈에 .. 더보기
피로사회 현대인은 늘 지쳐있다. 해도 해도 줄지 않는 일 때문에, 인간관계를 위해 가져야 하는 만남의 자리와 술 때문에, 복잡한 가정사 때문에 사람들은 온갖 스트레스와 피로를 달고 산다. 눈가에는 다크서클이 깊게 자리하고, 피부는 푸석하고, 운동부족으로 몸은 D자 체형으로 변하고, 건강상태는 종합병원 신세를 져야 할 수준이다. 현대인은 참 불쌍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더더욱 불쌍하다. 2012년에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속한 나라 가운데 한국은 가장 노동을 많이 하는 국가로 나왔다고 한다. 자살율은 세계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민행복지수도 그닥 좋지 않다는 결과다.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참담할 따름이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 에서 21세기는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변했다고 진단한.. 더보기
몸으로 책 읽기 아! 얼마만인가. 한 권 책을 완독하고 나서 얻게 되는 이 뿌듯함. 올해 들어오면서 나는 1주일에 1권씩 책을 읽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일이 바빠져 야근이 늘고, 직장에서 보는 시험에도 응시해야 하는 처지가 되다보니 책을 집어들기가 꺼려졌다. 얇은 책을 골라 짬짬이 봐야지 하면서 얼마전 백낙청 교수의 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역시 책은 몰아쳐서 읽어야지 조금씩 끊어 읽다보면 흥미가 떨어진다. 이번에 읽은 책은 명로진의 이다. 명로진씨 하면 티브이에서 보던 배우 이미지가 여전히 떠오른다. 하지만 그는 책을 20권 이상 쓴 작가이다. 또한 인디라이터로도 유명하다. 인디라이터는 인터펜던트 라이터Independent Writer의 준말로서, 자본과 시장에 예속되지 않는 독립 저술가를 뜻한단다. 아무.. 더보기
뿌리 깊은 글쓰기 번역을 잠깐 공부했다. 그때 나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영어권 국가에서 수 십년을 살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라도 우리 말을 제대로 모른다면 훌륭한 번역을 할 수 없다고. 이를테면 영어실력이 100점이고 우리 말 실력이 50점이면, 번역서는 50점 밖에 될 수 없다는 말. 이때부터 우리 말 관련 책을 사서 혼자서 짬짬이 공부했다. 나쁜 언어습관을 고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오덕 선생님이 쓴 책도 보고, 이수열 선생님이 쓴 책도 보고, 남영신 선생님이 쓴 책도 보고 그랬다. 모두 다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그 중 이수열 선생님 책이 가장 중독성이 강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모든 활자가 삐뚤어져 보였고, 이건 틀린 표현이라는 둥 한동안 지적질을 하고 다녔으니깐. 최종규 님 책을 알게 된.. 더보기
귀스타브 므와니에의 업적과 사회지도층의 역할  귀스타브 므와니에는 실로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앙리 뒤낭이 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창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 므와니에는 적십자의 설립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1864년 8월 22일에 체결된 제네바협약은 현대 국제인도법의 출발점으로 대부분이 그의 펜 끝에서 나왔다. 므와니에는 1864년부터 1910년까지 국제적십자(ICRC)의 총재로 재임하면서 위원회의 정책적인 기본틀과 함께 업무의 근간이 되는 기본 지침을 마련했다. 또한 국제법학회의 창립자 중 한 명이며 국제형사재판 체계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므와니에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이름은 곧 잊혀졌다. (귀스타브 므와니에 / 프랑스와 브뉘옹 / 대한적십자사 중에서) 앙리 뒤낭과 귀스타브 므와니에는 적십자와 .. 더보기
부러진 화살 / 서형 / 후마니타스  지난 가을 파워블로거의 팸투어에 낄 기회가 있었다. 창원 단감을 소개하는 팸투어였다. 참석자는 모두 전국 내지 지역에서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며 이름을 떨치고 있는 파워블로그들이었고, 나는 블로그에 거진 첫 발을 디딘거나 다름없는 파워리스블로거였다. 힘없는 아니 영향력 없는 블로거인 것만은 지금도 똑같다. 저녁식사 때 돌아가며 인사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참석자들은 한 명씩 일어나 자신의 블로그 이름과 필명을 소개했다. 자기소개를 하면 간간히 주최측에서 보충설명을 해줬다. 한 여성분이 자기 소개를 했는데, 그 분이 서형작가였고 주최측에서 을 썼다고 덧붙였다. 김명호 교수 사건이 워낙 유명해서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긴 했다. 개봉한 영화를 극장에서 먼저 보고, 책을 사서 봤다. 영화랑 책이랑 거의 비.. 더보기
앙리뒤낭의 업적과 인간적 면모 앙리 뒤낭보다 더 기구하고 비극적인 운명을 살았던 사람이 있을까. 그는 솔페리노 전투(1859년 6월 24일)의 참상을 보고 나서 자신의 목격담을 토대로 을 발표했다. 이 충격적인 경험은 훗날 적십자와 제네바협약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그는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누렸다. 그러는 그의 명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1867년 파산의 대가로 빚더미에 올라앉으며 궁핍한 생활을 해야 했다. 한때 황제와 장관들로부터 귀빈대접을 받았던 그는 배고픔에 굶주리고 누더기 옷을 입어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빈곤에 허덕일지언정 대의명분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포가하지 않았다. 뒤낭은 전쟁포로의 보호, '세계도서관'사업, 여성의 권리, 국제적인 중재와 관련해서 지속적인 활약을 펼쳤다. 몇 년간의 비참한 떠돌이 생활을 끝에 .. 더보기
어느 바람 / 고은 / 창작과 비평사 명불허전 여전히 나는 시를 잘 모른다. 고은 시인의 을 사서 읽으며 괜히 고은 시인 고은 시인 하는 게 아니구나 싶고 뒤집어 말하면 다른 시인의 시가 시시하다 느껴지기도 한다. 중에서 말 한마디 못하는 나무일지라도 사랑한다는 말 들으면 바람에 잎새 더 흔들어대고 내년의 잎새 더욱 눈부시게 푸르러라 한낱 미물일지라도 인간의 사랑은 통한다. 화초를 길러보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자연은 오히려 정직하게 반응한다. 폭포 앞에서 나는 폭포소리를 잊어먹었다 하 폭포소리 복판에서 나는 폭포를 잊어먹었다 하 언제 내가 이토록 열심히 혼자인 적이 있었더냐 오늘 폭포 앞에서 몇십년 만에 나 혼자였다 하 이 시는 그냥 좋다. . 더보기
책은 도끼다 / 박웅현 / 북하우스 1월 25일, 일상으로 돌아온 첫 날. 춥다. 남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 앞부분을 읽어보고 끌린다 싶으면 산다. 박웅현의 인문학 강독회 라는 이 책도 그런 연유로 샀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책에 대한 내용보다 작가에 대한 관심이 더 갔다. 왜냐면 책은 첫 만남이지만, 저자는 두 번째 만남이기 때문이다. 물론 TV를 포함해서다. 백지연이 진행하는 토크쇼였는데, 저자가 출연했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란 걸 처음 알았다. 그럴법한 게, 외모에서 남다른 개성이 느껴졌다. 이 책은 독법에 관한 책이다. 독법(讀法)은 글이나 책을 읽는 방법을 뜻한다. 나에게는 이 책을 포함해 세 권의 독법 관련 책이 있다. 하나는 박웅현의 , 또 하나는 김명철의 , 마지막으로 또 하나는 모티머 J. 애들러의 이다. .. 더보기
순간의 꽃 - 작은시편 / 고은 / 문학동네 언어가 시인을 만나면? 몇자 몇줄 되지 않는 짧은 글귀도 시인이 말하고 적으면 뜻깊고 새롭다. 감탄이 절로 난다. 시인이라도 누구나 그럴까? 아닐껄. 고은 시인의 을 읽었다. 내가 시를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읽어서 이해되고 느낌까지 온다면 그 시는 나에게 의미깊은 시인거지. 오늘 내가 읽은 시는 일상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통찰 같았다. 낯익은 지명도 반가웠다. 서운산, 공도우체국, 안성읍내 5일장 안성 사람이 아니라면 잘 알지 못할 일들. 시인의 발걸음을 머리속으로 상상해 본다. 이 책이 나온 때가 2001년 4월 이었구나. 이때 나는 대학을 휴학하고 안성에 있다가 서울로 떠났다. 3월에 공도 대림동산에 있는 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지만 주유소 앞 버스정류장에 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