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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거북이

뉴욕의사의 백신영어 목적지가 없는 항해는 표류하기 마련이다. 영어공부도 마찬가지다.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 지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오랜세월 영어를 공부했더라도 매번 제자리 걸음인 이유다. 중학교 때 영어를 처음 접하고 20년이 넘었다. 중간에 영어를 접었다 폈다 했던 게 여러번이다. 영어를 몇 년씩 하지 않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영어공부 중이다. 중고시절엔 시험과 대학을 위해서, 대학시절엔 취업을 위해서 영어가 필요했다. 영어를 좋아해 영어점수가 좋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일 뿐. 직장인이 되고 나니 영어를 쓸 일이 더 없다. 외국계 회사도 아니고, 외국인과 교류할 일도 없기 때문에 영어는 이제 필수가 아닌 나의 선택으로 공부하는 과목이다. 학창시절에는 영어공부를 투자할 시간이 많.. 더보기
복숭아나무 12년 전쯤 되겠다. 군대에서 이와이 슈운지의 를 읽었을 때가.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가 나왔지만 나는 복무중이라 책을 먼저 읽고서 상상의 나래를 밤마다 폈다. 오겡끼 데스까가 한창 유행어였지. 훗날 이 작품을 영화로 접하고 나는 생각했다. 책이 낫네. 원작이 주는 감동은 책이 더욱 크다. 오늘 구혜선의 를 읽었다. 나는 인터넷서점에서 서핑하다 이 책을 보게 됐다. 영화가 상영중이고, 설정이 파격적이라 끌렸다고나 할까. 배우, 모델, 화가, 영화감독, 작가 등 새롭게 도전하고 변신하는 모습에도 호기심이 갔다. 한 몸에 두 머리를 가진 샴쌍둥이 형제 동현과 상현. 둘 다를 만족할 순 없다. 한 쪽은 가기 싫은 곳도 가야 하고, 맡기 싫은 냄새도 맡아야 하고, 먹기 싫은 것도 먹어야 한다. 하지만 둘은 떨어질.. 더보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나는 이제껏 제주를 세 번 다녀왔다. 첫 방문은 남들보다 늦었다. 요즘은 어릴 적부터 가족여행이나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를 많이 다녀오지만, 나는 학창시절에도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신혼여행이 첫 방문이 되었다. 첫 방문 때는 꽃피는 봄이었고, 두번째 방문때는 가을이었으며, 작년에 선배부부와 우리부부가 함께 간 세번째 방문은 한 겨울이었다. 제주는 갈 때마다 새롭다. 새로운 곳을 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유람선을 타고 서귀포 앞바다에 나가서 본 한라산을 잊을 수가 없다. 섬나라의 높은 산은 변덕스런 기후에 민낯을 좀체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았다. 그날은 아주 화창한 날이었는데, 내 눈에는 한라산이 마치 긴 머리 여인이 누워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지금도 누워있겠지.. 더보기
최재천 스타일 책 읽기는 의무가 되어선 안 된다고 믿습니다. 즐거워서 읽고, 읽은 것 내에서 얻으면 좋다고 봅니다. 그런데 책 읽는 진도가 잘 안 나갈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를 만나면 이만저만 심경이 복잡한 게 아닙니다. 읽어야 할 것은 넘치는 데, 그냥 덮고 넘어가자니 뭔가 아쉽고 그냥 가자니 머리 따로 내용 따로 헛수고가 될까 싶은 거지요. 진도가 안 나가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책이 전문적일 수도 있고, 집어 읽다보니 생각보다 별로 일수도 있고, 번역이 엉망일 수도 있고 다양합니다. 저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내 일상 공간의 문제도 때로는 책읽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일상은 분주합니다. 책 읽기는 본업활동 외 시간에 짬짬이 이루어집니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은 내 .. 더보기
푸른 눈, 갈색 눈 기억의 편린이다. 초등학교 때 한 선생님이 계셨다. 3학년 담임으로 키가 훤칠한 남자 선생님이셨다. 이 분은 학생 앞에서 싫은 내색을 종종 드러내는 분이었다. 어린 내 눈에도 그런 행동이 읽혔다. 특히 엄마가 왔다간 아이들에게 잘 해 줬던 걸로 기억한다. 거꾸로 부모님이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에게는 차갑게 대하곤 했다. 나는 후자였다. 그래서인지 왠지 주눅 들기도 하면서 기분이 나빴다. 아! 이런 게 차별이구나. 말뜻은 몰랐겠지만 이런 감정은 오래도록 남았다. 차별만을 가르쳐 주시고는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시지 않은 선생님. 아쉽도다. 그마저 가르쳐주셨으면 오래도록 아름답게 기억에 남았을 것을. 책 은 차별에 관한 책이다. 아이오와 주 라이스빌에 사는 초등학교 교사 제인 엘리어트는 인권운동가 .. 더보기
콰이어트 책 한 권 마치기가 이렇게나 힘들었을까.. 폭염이 이어지는 날들을 보내며, 하루에 책을 한 장도 못 넘긴 날도 많았다. 여름은 책을 읽고자 하는 의지마저도 꺽어 버린다. 를 읽었다. 심리를 다룬 책은 재미있다. 빠르게 바뀌는 외부세상을 읽는 재미도 있지만, 존재하는 우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수전 케인은 우리 안의 내향성에 주목한다.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사회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성공을 거둔 사람들 중에는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다. 내향적인 사람도 적절히 사회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개그맨 중에는 화면 속에서 뛰어난 언변을 구사하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만, 일상에서는 말이 많지 않고 고요한 가운데 휴식을 하며 재.. 더보기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 / 푸른숲 를 처음 들었을 때, 김어준 정봉주 김용민 주진우 네 진행자 중 주진우 기자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다. 나는 원래 새로운 이야기에 솔깃하는 편이고, 말을 조곤조곤 설명하는 사람을 신뢰한다. 주진우 기자의 이야기는 다른 시시껄렁한 농담과는 달리 들으면 눈은 번쩍 귀는 쫑긋한 중량감있는 이야기들이어서 금새 이야기에 빠져 들곤 했다. 듣고나면 무슨 놈의 사회가 이리도 인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이번주 나는 주진우 기자를 책으로 만났다. 를 읽었다. 역시나 혼탁한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말도 잘 하지만, 글도 잘 쓴다고 생각했다. 기자가 쓴 글이어서인지 단문이 많고 군더더기가 없다. 내용에서도 검찰, 재벌, 종교, 언론, 정치, 친일 등 한국사회를 지배하지만 어지럽게 만드는 세력에 대한 주 기자의 .. 더보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를 처음 접한 건 두달 전 사무실에서였다. 직장선배가 퇴근할 때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저도 좀 보여주세요."라고 말하고 선배에게 책을 건네받아 표지를 표는 순간 반가운 이름이 눈에 쏙 들어왔다. 마이클 샌델 교수? 아니다. 번역가 안기순 선생님이었다. 안기순 선생님은 2년 전 내가 서울에 있는 번역아카데미에서 공부할 때 만난 초급반 선생님이셨다. 매주 토요일 청주에서 서울을 오가며 4개월 동안 수업을 들었다. 번역의 기초를 알차게 가르쳐주셔서 좋은 선생님에게 배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안기순 번역가님 이름을 발견하고서 직장선배에게 이분에게 번역을 잠깐 배웠다고 자랑도 하고, 오랜만에 메일로 안부인사도 했다. 그리고 책도 사서 읽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은 항상 고민거.. 더보기
<솔페리노의 회상>을 읽고서 6월이다. 이미 덥다. 그제보다 어제가 더웠고, 어제보다 오늘이 더 덥다. 실내에서 일해도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돋고, 더위에 지쳐 몸은 녹신거린다. 여름, 나에겐 참 힘든 계절이다. 그러고보니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6.6)과 한국전쟁일(6.25)이 포함된 달이다. 나라와 순국선열과 전쟁과 평화를 생각한다. 그런데..사람들은 왜 무더운 6월에 전쟁을 해야만 했을까? 공교롭게도 19세기 유럽사에서 중요한 사건이자 비슷한 계절 6월에 벌어진 전투가 있다. 바로 1859년6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프랑스-사르드니아 연합군과 오스트리아군이 이탈리아 솔페리노 언덕에서 벌인 다. 30만명 이상의 병력이 서로 대치하고 전선의 길이는 20km에 달했으며, 싸움은 15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더보기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의 소설 를 읽었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필경사 바틀비는 매사에 이렇게 답했다. 나는 생각했다. 극단적이지만, 비현실적인 인물은 아니다라고.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알던 어떤 사람을 떠올렸다. 많이 닮았다. 그는 잘 살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