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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거북이

<오늘의 책 2015-5> 칼의 노래 (김훈, 문학동네)

 


칼의 노래

저자
김훈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1-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다시, 임진년, 또다시, 김훈이다. 한국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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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나는 조선사를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완독하고, 출퇴근 또는 운동할 때마다 팟캐스트 '조선왕조실록'을 들으며 보충했다. 이이화의 한국사이야기도 좋은 참고도서가 되었다. 게다가 KBS에서 방송하는 '역사저널 그날'까지 놓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 흥미롭게 시청했다.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이유는 단순하다. 역사에서 배울 게 많기 때문이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지만, 그 속에는 현재를 다스리고 미래를 대비하는 가르침이 오롯이 담겨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소설은 잘 안 읽히는데, 이번에는 김훈 소설가가 쓴 <칼의 노래>를 잘 읽었다. 아마도 <칼의 노래>가 뛰어난 역사소설이라 그런가보다.

 

<칼의 노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와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는 분명 국난의 위기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뛰어난 지략과 용맹으로 상대를 제압했던 장수였다. 그러나 소설 속에는 명장 이순신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도 생생히 담겨 있다. 한 임금의 신하로서, 군대를 통솔하는 지휘관으로서, 한 아이의 아비로서, 한 여인의 남자로서의 다면적인 모습이 있다.

 

선조는 영민했지만, 쪼다같은 왕이었다. 정세에 어두어 왜란에 대비치 못했고, 왜란이 터졌을 때 백성을 버리고 서둘러 파천하였으며, 외세인 왜의 침탈을 또 다른 외세인 명의 지원으로 해결하려 하였으며, 전쟁이 끝난 후 자식인 광해군을 시기하는 못난 아비이기까지 했다.

 

왕은 곧 국가다. 국가를 구하기 위한 처절한 싸움은 결국 무능한 선조를 되살리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 선조는 그를 믿지 않는다. 이 얼마나 괴로운 상황이며, 이 싸움은 과연 누구를 위한 싸움이란 말인가. 결국 전투를 승리로 끝내고 자신의 역할을 다한 뒤 호령하던 바다 위에서 산화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운명의 시나리오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운명이란 참 얄굿다.

 

평화로운 세상에는 영웅 따윈 필요없다. 그러나 세상은 점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나날이 풍요로워졌지만, 이제는 집단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제2, 제3의 이순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그래서 그의 존재가 더욱 빛난다.